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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재정비촉진지구엔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이란 별칭이 붙는다. 그중에서도 한남3구역의 규모가 가장 크다. 대형 현장이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힘든 점도 적지 않다. 사업이 속도를 내려면 단합이 중요한데 대규모 구역은 주민마다 의견과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어서다. 그런데도 한남3구역은 한남뉴타운 중에서 속도가 가장 빨라 관심을 끌고 있다.
한남3구역은 지난달 초 이주를 100% 완료했다. 2023년 10월 이주를 개시한 지 1년9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한남3구역의 조합원 수는 3800여 명이다. 그러나 세입자 신한은행 마이카 를 포함한 실제 이주 대상은 9000여 명이나 됐다. 조합원 중 실제 한남3구역에 거주한 비율은 15% 남짓. 수천 명의 임차인이 단기간에 순조롭게 이주를 마친 것이다. 용산구에선 한남3구역을 ‘모범 이주 사례’로 보고, 관련 백서 제작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찾은 한남3구 카드연체정보공유 역 일대 모습. 최근 이주를 100% 완료해 철거를 앞두고 있다. 한경DB


종교시설 등과 갈등으로 이주가 늦어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꽤 있다. 한남3구역엔 교회 4곳과 고물상 2곳 등이 있었다. 조합은 초기부터 이들과 원만하게 협의하는 데 주력했다. 우선 설득 대상을 전략적으로 정한 결과, 물 개인파산이란 꼬를 잘 틀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에 필요한 ‘실탄’을 비교적 저렴한 금리로 넉넉하게 마련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조합은 이주비 금리를 ‘신규 코픽스+0.4%포인트’ 수준으로 받아냈다.
현재 기준으로 따지면 연 2% 후반대 금리가 적용된 셈이다. 기본 이주비로 약 1조1000억원이 나갔다. 기존에 대출이 많은 조합원 출퇴근 1시간 이라면 추가 이주비가 필요하다. 조합은 추가 이주비를 연 6% 후반대 금리로 4000억원가량을 조달했다. 조창원 한남3구역 조합장은 “마지막 이주가 이뤄진 게 지난달 3일이긴 한데, 일부 물량에 대한 소송 결과를 기다리느라 다소 늘어진 것”이라며 “실질적으론 올해 3월께 이주가 거의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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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3구역 재개발 후 조감도.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는다. 현대건설 제공


한남3구역은 한남동 686 일대에 지상 최고 22층, 약 6000가구의 공동주택을 짓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시공사는 현대건설(단지명 ‘디에이치 한남’)이다. 남산 경관 보호를 위해 90ｍ의 높이 규제가 적용되는 게 다소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조합은 한때 고도 제한 완화를 추진했지만 여의찮았다. 대신 일부 구역의 용도지역을 1·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2·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올리는 종 상향을 받아냈다. 또 업무 판매시설 용지를 일부 줄이고 주거지역을 늘렸다.
한남3구역은 매우 다채로운 느낌의 주거 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조 조합장은 “단독주택을 제외한 모든 유형의 주택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용도지역만 해도 1종부터 3종까지 다양하다. 이태원역과 가까운 언덕 지형엔 4~5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선다. 한남동 입지를 고려하면 저층의 고급주택 느낌이 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강이 가까운 구역엔 15층 내외의 ‘한강 뷰’ 아파트가 조성될 전망이다. 보광동 생활권인 서쪽엔 이 구역에서 가장 고층인 22층 내외 아파트가 올라갈 예정이다.



한남뉴타운 주민들이 신분당선 신한남역(가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한경DB


올해 안에 건축심의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게 조합의 목표다. 내년 말 착공을 하면 2027년께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옆 동네인 한남2구역도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오는 10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6·27 부동산 대책)으로 이주비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주 단계를 완료한 한남3구역과 후속 구역의 속도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의 대표 부촌인 한남동에 속한다는 점에서 한남3구역은 입지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인프라 개발 호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구역 내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 조성 계획이 확정된 게 대표적이다. 공공용지를 학교용지로 변경하는 안이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3구역과 4구역 사이에 신분당선 신한남역을 신설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기대를 모은다. 현실화하면 강남과 판교 접근성이 한층 좋아진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