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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벌써 2년이다.
2023년 7월 19일, 2년 전 오늘 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은 경북 예천군 호명면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수해현장 수색작전에 투입됐다 순직했다.
채상병은 실종 14시간 만에 실종 지점에서 6㎞가량 떨어진 내성천 고평대교 하류 400m 지점에 여성일수 서 발견됐다.
동료 해병대원 13명과 함께 수색작전에 나섰던 채상병은 구명조끼조차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다.
당초 채상병 순직 사건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해병대를 지원한 젊은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의 격노와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에 대한 외압, 핵심 인물 산업활동동향 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 등이 점철되면서 국민적 공분과 불신을 증폭시켰다.
이는 결국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쳐 마침내 붕괴한 윤석열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됐다.
이우설(해병411기) 해병대예비역연대 감사는 이날 비 내리는 가운데 채상병이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가진 순직 2주기 추도식에서 “당신의 사건을 입막음하려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는 미치고 정신 나간 위정자들의 잔인하고 천인공노할 온갖 모략과 술책이 동원된 권모술수였다”고 지적했다.



수해현장 수색작전에 나선 해병대 채상병이 순직한지 19일로 꼭 2년이 됐다.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채상병 순직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명운이 극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부산개인회생파산 .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이날 비 내리는 가운데 채상병이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추도식을 가졌다. [해병대예비역연대 제공]


채상병의 죽음 이후 2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에 얽힌 핵심인물들의 명운은 극적으로 뒤바뀌었다.
먼저 순직 사건 당시 군통수권자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의혹의 적립식펀드 정점으로 자리잡았다.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내란특검의 수사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해 대면수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해병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 지시 여부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외교안보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고 이후 수사 흐름이 바뀌게 됐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에 휩싸여있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이름은 채상병 순직 사건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김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이 채상병 순직 후 수사 과정에서 처벌받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구명 로비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대표와 친분이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 전 사단장의 사퇴를 만류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해병특검이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압수수색에 나선 백명규(소령) 해병대 군종목사도 임 전 사단장의 부인이 통화한 김 전 대표의 측근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해현장 수색작전에 나선 해병대 채상병이 순직한지 19일로 꼭 2년이 됐다.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채상병 순직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명운이 극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2023년 7월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열린 채상병 영결식에서 동료 장병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 [연합]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서 대통령실과 통화 뒤 해병대수사단 초동조사 결재를 돌연 번복한 이종섭 전 장관도 수사외압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 뒤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를 받고 같은 날 당시 해병대사령관이었던 김계환 전 사령관에게 해병대수사단 초동조사 경찰 이첩 보류와 해병대의 예정된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의 결재 번복과 지시 뒤 해병대수사단 초동조사에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됐던 임 전 사단장은 피의자에서 제외됐다.
이 전 장관은 이후 출국금지 조치를 받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던 중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하는 바람에 ‘런종섭’이란 말까지 나왔다.
이전까지 ‘대통령의 격노로 느낄 만한 기억이 없다’고 했던 이 전 장관은 최근 회의 참석자들의 VIP 격노설 인정 진술이 잇따르자 변호인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역정’은 냈지만 ‘격노 프레임’은 옳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해병대사령관이었던 김 전 사령관은 해병특검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출범 이후 첫 핵심관계자 신병확보에 나섬으로써 구속 위기에 직면했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에 대해 국회와 군사법원 등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을 했다는 모해위증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작년 2월 군사법원의 박정훈(대령) 해병대 수사단장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VIP 격노설을 전달한 적이 없다면서 박 수사단장을 겨냥해 “나 아니면 안된다는 착각과 영웅심리로 해병대 역사와 전통을 흔들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같은 해 6월 국회 청문회에서도 VIP 격노설을 거듭 부인했다.
해병대수사단으로부터 초동조사 기록을 이첩받고 국방부 검찰단으로 넘겨준 사건 당시 경북경찰청장을 지낸 최주원(치안감)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도 해병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최 국장은 휘하 경찰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해병대 수사관들의 적법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공수처에 고발된 피의자 신분이다.



수해현장 수색작전에 나선 해병대 채상병이 순직한지 19일로 꼭 2년이 됐다.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채상병 순직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명운이 극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일 순직해병특검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는 모습. [연합]


채상병 순직 사건에 있어서 핵심인물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향한 수사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임 전 사단장은 채상병이 순직하고 열흘가량 지난 시점에 김 전 사령관에게 “사단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2월에야 예편했다.
그 사이 자신이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 전 사단장의 사퇴를 만류했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났다.
임 전 사단장은 ‘사단장으로서 책임’에 대해 “현장을 직접 지휘하지는 않았지만 도의상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였다고 언론을 통해 해명한 바 있다.
해병특검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18일에는 자택 압수수색에 나서 그와 부인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압수했다.
해병특검은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임 전 사단장 대신 부인이 움직였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사단장은 “임성근에 의한, 그리고 임성근 가족에 의한 구명 활동은 일절 없었음을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밝힌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명 로비 의혹의 여파는 정치권은 물로 종교계로까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해병특검은 18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전 대표와 가까운 이 의원은 당내 친윤계 대표인사로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에 연관됐다는 관측을 사고 있다.
해병특검은 같은 날 기독교계 원로 목사인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과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에 대해서도 극동방송과 자택, 교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해병특검은 김 목사와 이 목사 등이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알려진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통로가 됐을 가능성에 염두를 두고 수사 중이다.



수해현장 수색작전에 나선 해병대 채상병이 순직한지 19일로 꼭 2년이 됐다.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채상병 순직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명운이 극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박정훈(대령)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1월 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군사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연합]


반면 박정훈(대령) 해병대 수사단장은 애초 ‘집단항명 수괴’의 멍에를 뒤집어썼지만 ‘참군인’의 표상으로 극적인 반전을 연출하고 있다.
채상병 순직사건 초동조사를 지휘한 박 수사단장은 임 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특정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과 김 전 사령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돌연 사건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고 임 전 사단장은 명단에서 배제됐다.
이에 박 수사단장은 VIP 격노설을 골자로 한 상부의 부당한 수사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고 경찰 이첩을 강행했지만, 국방부 검찰단이 처음에는 ‘집단항명 수괴’ 혐의를 적용했다가 추후 ‘항명’으로 변경해 기소하면서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1심에서 ‘정당하지 않은 명령에 불복한 것은 항명이 아니다’는 논리에 입각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해병특검이 항소 취하를 결정하면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해병대는 이에 따라 박 수사단장을 수사단장으로 복귀시키고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도 다시 맡겼다.
1년11개월 간 길고 힘든 싸움 끝에 명예를 회복한 셈이다.
박 수사단장은 앞서 참고인 신분으로 해병특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자신이 폭로한 VIP 격노설이 사실로 드러난데 대해 “설이 아니라 사실로 규명됐으니 모든 것이 제대로 밝혀질 것”이라며 “결국 진실은 모두 밝혀지고 사필귀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채상병 순직 2주기를 언급한 뒤 “아직 그 죽음이 왜 일어난 것인지, 죽음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는 현실”이라면서 “특검에서 여러 사실을 밝히고 있고, 책임이 있는 자들이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상병 유족과 지인들은 19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시단에 설치된 채상병 흉상 앞에서 부대 주최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