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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6월 26일(현지시간) 독일 트리워 한 공항에 탑승객들이 라이언에어 항공편에 탑승하기 위해 앞문과 뒷문을 이용하고 있다.


ⓒ 백진우




"출발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항공기 뒤편에서 음료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연에 대한 보 1억 한달이자 상으로 음료를 무료 제공하겠다는 방송이 아니었다. 이륙 전부터 음료를 판매하겠다는 홍보였다.
라이언에어(Ryanair)는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의 전형이다. 승객이 편하진 않더라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항공기 592대를 보유한 유럽 최대 항공사(여객 수 기준)로 자리 잡았다. 기자는 광주한국주택공사 지난 6월 2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스페인 지로나에 가는 라이언에어 항공편에 탑승했다.

추가 비용 안 내면 "커플도 따로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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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언에어 홈페이지에서 항공편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유료 사전 좌석 지정을 하지 않을 때 일행이 따로 앉을 수 있다는 그래픽이 나오고 있다.


ⓒ 라이언에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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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운임은 16.19유로(약 2만 6000원)로 저렴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지로나까지는 약 960km로, 인천과 오사카 간 거리(약 860km)보다 더 먼 구간이다.

하지만 예약 과정부터 라이언에어는 추가 구매를 유도했다. 예매 첫 화면부터 비교표를 캐피탈이자 통해, 기본 운임에는 ▲머리 위 선반 짐 ▲위탁수하물 ▲좌석 선택 ▲공항 무료 체크인 ▲우선 탑승 ▲빠른 보안 검색 ▲무료 항공편 변경이 포함되지 않으며, 앞좌석 아래 둘 수 있는 작은 가방만 무료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유료 좌석 선택에 공을 들였다. 최소 10유로(약 1만 6000원)인 좌석 선택을 거부하자 기자와 동승자가 앞뒤로 18줄 가량 차이나게 따로 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그래픽이 나왔다. 좌석 지정은 하지 않고 1명만 위탁수하물(10kg·55x40x20cm) 1개를 20.49유로(약 3만 3000원)를 내고 추가했다.
실제로 출발 전날 온라인 체크인을 하니 일행과 떨어져 좌석이 배정됐다. 지난 16일 라이언에어는 자조 섞인 유머로 유명한 자사 트위터에 "오늘은 기내에서 커플을 떨어뜨리기 좋은 날"이라는 문구를 올리기도 했다.

도심지로부터 100km…공항부터 '원가 절감'










▲  2025년 6월 26일(현지시간) 독일 트리워 한 공항 도착 정보 전광판에 라이언에어(FR) 항공편이 나열돼있다.


ⓒ 백진우




독일 프랑크푸르트발 항공편이지만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프랑크푸르트 도심에서 약 100km 떨어진 트리워 한 공항을 이용했다. 서울에서 인천공항 대신 충청남도 서산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는 셈이다.

이처럼 지방공항을 이용하면 라이언에어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공항 이용료 협상에 있어 항공편이 절실한 공항에 비해 대안이 많은 라이언에어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라이언에어가 이용료 인상을 이유로 프랑스 보르도 메리냐크 공항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히자, 공항 대변인이 현지 매체 더 코넥션(The Connexion)에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공항 이용객 25%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라이언에어는 올해 연간 보고서에 '라이언에어는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는 공항을 우선시한다'며 '많은 공항에서 높은 승객 수 증가를 기록해 유리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수하물 초과하면 기본 운임 '5배'










▲  2025년 6월 26일(현지시간) 독일 트리워 한 공항 라이언에어 체크인 카운터 앞 수하물 크기 측정기. 우측 가방은 라이언에어 기내 수하물 전용 가방이다.


ⓒ 백진우




라이언에어 규정에 따르지 않으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일반적인 국내 저비용 항공사와 다른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온라인 체크인이 필수다. 만약 출발 24시간 전부터 2시간 전까지 체크인하지 않고 공항에 도착하면 탑승객당 55유로(약 8만9000원)를 내야 체크인할 수 있다.
수하물 규정도 빡빡하다. 무료로 제공되는 기내 수하물은 40x20x25cm보다 작아야 하는데, 체크인카운터와 탑승 게이트에 있는 틀로 이를 확인한다. 만약 규정된 크기와 개수를 초과하는 짐을 가져오면 최대 75유로(약 12만1000원)를 낼 수도 있다.
기자가 평소 쓰는 가방은 대부분 기내 수하물 규정보다 컸다. 시중 라이언에어 기내 수하물 전용 가방을 별도로 장만해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지상 대기 시간 최소화…'뒷문 탑승'










▲  2025년 6월 26일(현지시간) 독일 트리워 한 공항에서 라이언에어 항공편 뒷문을 향해 한 직원이 이동식 계단을 밀고 있다.


ⓒ 백진우




26일 탑승한 비행기는 8년 된 보잉 B737-800이었다. 라이언에어는 자사가 보유한 항공기를 모두 B737 단일 기종으로 편성했다. 교육과 정비에 발생하는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가 지상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를 통해 하루에 더 많은 항공편을 운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탑승한 항공기도 이날에만 스페인 지로나에서 ▲핀란드 헬싱키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국 맨체스터를 왕복했다.

비행기 앞뒤 문을 모두 사용했다. 더 빠르게 승객이 타고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탑승교 없이 공항에서 주기장으로 걸어 나와, 앞문 이용객은 비행기 내장 계단, 뒷문 이용객은 공항의 이동식 계단을 이용했다.










▲  2025년 6월 2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발 스페인 지로나행 라이언에어 항공편 좌석(12F)


ⓒ 백진우




좌석 구성도 재정비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등받이 주머니가 없어 청소가 간편하고, 안전 카드는 앞좌석 상단에 스티커로 부착해 파손이나 분실 우려가 적다. 좌석 등받이 기울기 조절도 안 됐다.

좌석 간격은 키 170cm인 기자 기준으로 무릎 앞에 약 13cm의 여유 공간이 있었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항공편은 앞선 승객이 내리기 시작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다음 승객 전원이 탑승을 마쳤다. 다만 항로 인근 폭풍으로 출발이 1시간 이상 지연됐다.

편안함보다 '수익 극대화'










▲  2025년 6월 2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발 스페인 지로나행 라이언에어 항공편에서 승무원이 기내 판매를 위해 카드 결제기를 손님에게 보여주고 있다.


ⓒ 백진우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불을 끄지 않고 식음료 및 면세품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식음료를 구매하려는 승객이 많아 판매 시간이 길어졌다.

물은 무료로 제공되지 않았다. 생수 500ml가 3.5유로(약 6000원)에 판매됐다.
화장실 이용은 무료였다.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 마이클 오리어리(Michael O'Leary)는 2009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화장실 문에 동전 투입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가 이후 홍보 책임자가 "가까운 시일 내에 시행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착륙도 빠르게…사망 사고 '0'










▲  2025년 6월 26일(현지시간) 독일 트리워 한 공항에 라이언에어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 백진우




착륙을 위해 하강하는 속도가 평소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실제로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의하면 이날 항공기는 약 3만 피트에서 단 17분 만에 착륙했다. 앞선 24일 탑승한 티웨이항공 항공편은 같은 고도에서 착륙까지 약 29분이 소요됐다.

착륙 충격도 작지 않았다. 핸드폰을 세로로 세운 후 중력가속도를 측정하니 이번 연재를 위해 탑승한 총 5편의 항공편 중 최고 기록이 나왔다.
실제로 라이언에어가 타 항공사에 비해 더 강하게 착륙하는 경향이 있다는 여론이 있다. 관련해 항공 전문 매체 심플 플라잉(Simple Flying)은 공식적인 기록은 없지만 그러할 가능성은 있다며, 그 이유로 ▲젊은 운항승무원 ▲지상 시간 절약 ▲작은 공항 ▲B737 기종 특성을 들었다.
반면 라이언에어는 지난 40년 역사에서 단 한 건의 사망사고도 내지 않았다. 호주 항공·여행 전문 매체 에어라인레이팅스(Airline Ratings)는 2025년 가장 안전한 저비용 항공사(Top 25 Safest Low-Cost Airlines for 2025)에 라이언에어를 3위로 선정했다.

부가 수입만 7조…"수요 있어 가능"










▲  2025년 6월 2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발 스페인 지로나행 라이언에어 항공편에서 승객 대부분이 내린 후 기내 모습


ⓒ 백진우




라이언에어는 1984년 설립된 아일랜드의 저비용 항공사다. 일반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가 기내식과 수하물 등 각종 서비스를 기본요금에 포함해 제공하는 반면, 저비용 항공사는 서비스를 최소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운항한다.

타 저비용 항공사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초저비용 항공사(ULCC·Ultra Low Cost Carrier)로 분류되기도 한다. 라이언에어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기내 판매, 추가 수하물 비용 등이 포함된 연간 부가 수입은 약 47억 유로(약 7조 6000억 원)로 전체의 약 34%에 달한다.
전문가는 서비스가 불편해도 저렴한 항공권에 대한 수요가 있기에 이러한 사업 모델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라이언에어는 부가적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저비용 항공사 모델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며 "불편이 있어도 싸게 가니 감수한다는 의식이 (유럽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러한 항공사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2025년 6월 26일(현지시간) 독일 트리워 한 공항에 탑승객들이 라이언에어 항공편을 탑승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백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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