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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다음달 3일 베이징 열병식 참석에 대해 전문가들이 “북한을 대미 협상 카드로 쓰기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구애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일·방미 외교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28일에 중국이 김정은 방중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에 밀착하려는 한국에 가하는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정은은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6년 8개월 만에 방중(訪中)한다.
28일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 우리캐피탈렌트카 에 “김정은의 방중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에 구애한 결과로 보인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전승절 불참이 확인된 직후 중국은 김정은 초청에 전념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방중에 응한 배경에 대해서는 “북한은 내부적으로 추진한 경제·군사 5개년 계획이 올해로 마무리되면서 실질적인 경제, 외교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을 맞이했고, 일방적으로 러시아에 의존 카드빚 하는 상황도 한계에 도달했을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정권 교체로 국제 정세가 예측 가능해졌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으로 대외 행보에 나섰을 수도 있다”고 했다.
중국은 미·중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북한을 대미 협상 카드로 적극적으로 이용했고, 이를 위해 북중 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해왔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의 군사력 증강과 북러 밀 주택담보대출 대환 착으로 대북 영향력이 약화되자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으로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이후를 대비하여 대중 관계를 회복해 중국의 경제·외교 지원을 얻어낼 필요성이 커졌다.
북중 정상 간 만남에서는 시진핑의 방북이 논의될 수 있다. 왕이웨이 인민대학 국제사무연구소장·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본지에 “북중 정상회담은 제일은행 관례상 반드시 열릴 것이고, 김정은이 내년 시진핑의 방북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김정은의 방중은 북중 관계 회복의 상징적인 이벤트고, 시진핑이 올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경주 방문 직전에 이뤄지는 회동이라 의미가 더 크다”고 했다. 이어 “이번 만남에서 중국이 북한 측에 (경제적 지원 등) 즉각적인 선물 보따리를 채무조정방법 안길 가능성도 있겠지만, 양국 경제 교류 활성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본지에 “중국은 북한 측에 비핵화 원칙을 언급하며,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통한 남북 관계 긴장 완화를 추진하려고 할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와 연결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 경제 발전 가속화에도 큰 관심이 있다”면서 “북한은 경제가 악화되면 외부에 더 강경해지고 호전적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싱크탱크 중국국제화센터(CCG)의 왕후이야오 이사장은 본지에 “김정은의 방중을 계기로 미·중·한국·북한 4자 회담 논의가 본격화 할 수 있다”면서 “한미 정상이 최근 만났고, 북중 정상 또한 마주 앉게 되었으니 4자 회담의 기초가 마련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또 “4자 회담을 통해 판문점에서 서명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 한반도 평화·안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뉴스1


다만 김정은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확인된 내용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중국 입장에서 김정은의 방중은 환영할 일이지만, 북중러 회담 개최는 한미일과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기에 부담될 것”이라며 “그러나 김정은의 다자 외교 데뷔가 이례적인 만큼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왕이웨이는 “북중러 정상회의는 전례가 없었고, 이번에도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열병식 계기로 중국·인도·러시아의 외교장관 회담 회복이 오히려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펑은 “중국은 1950년 합의 복원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북한과 러시아는 중국과의 전면적인 안보 협력을 원하겠지만, 중국은 이를 바라지 않기에 북중러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은 북한과 소련이 상호 전폭적인 군사 전략과 지원을 협의하며 확고한 군사 동맹 관계를 구축한 해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현지의 외교 전문가와 학자들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직후 귀국 시점에 김정은의 방중을 발표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에는 ‘먼저 예의를 갖추고, 말이 안 통하면 무력을 행사한다(先禮後兵)’는 말이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 참석을 거절하고 방미를 우선적으로 선택하자 중국에서도 북한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한국에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김정은의 방중은 최근에서야 확정됐을 것”이라며 “트럼프식(式) 지도자 간 ‘직거래’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강력하게 추진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국 측은 앞서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의사를 타진했지만, 우리 정부는 한미 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대통령 대신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 의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북중 간 6년여 만의 정상 외교인 만큼 김정은은 고위 당국자들을 대거 거느리고 열병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사안을 총괄하는 김여정 당 부부장과 남북 관계를 담당하는 외무성 수장 최선희,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카운터파트인 노광철 국방상 등이 김정은과 동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북한이 한국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상황에서 베이징에서 남북 고위급 대화가 열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정은이 열병식이 열리기 훨씬 전부터 베이징에 도착해 외교 일정을 시작할 가능성도 작다. 주펑은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중국 톈진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김정은은 이 기간을 피해서 중국에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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