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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년 만의 캄보디아 내전 종식을 기념해 만든 비폭력 조각상 수도 프놈펜 중심가 로타리에 설치된 구부러진 권총 조각상. 1970년대 킬링필드 이후 회수된 무기들을 녹여서 만들었다고 전해지나, 이 작품을 만든 조각작가가 누군지 현재 알 수 없다.


ⓒ 박정연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특징 분주한 도심, 모니봉 대로가 시작하는 지점. 일본 다리를 건너기 전, 작은 로터리 한가운데 묘한 존재감을 내뿜는 리볼버 조각 하나가 서 있다. 총구가 단단히 비틀린, 무력화된 권총. 이름은 '비폭력(Non-Violence)' 또는 '구부러진 총(The Knotted Gun)'이다.

얼핏 보면 장난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한국자산공사 온비드 ,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조각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캄보디아의 피로 얼룩진 역사와 인류 보편의 염원이 교차하는 지점에 선 침묵의 증언이다. 총보다 강한 상징. 고통 위에 세워진, 평화를 향한 조용한 외침이다.
총성과 예술의 반격: 원작의 탄생
이 조각은 원작이 아니다. 스웨덴 조각가 칼 프레 300만원소액대출 드릭 로이터스바르드(Carl Fredrik Reuterswärd, 1934~2016)의 대표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복제품이다. 이 작품의 시작은 조형 예술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총성이 만든 비극에서 비롯되었다.
1980년 12월, 전설적인 뮤지션 존 레논이 뉴욕 거리에서 광적인 팬이 쏜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로이터스바르드는 그와 친분 없는사람취급 이 있었고, 이 끔찍한 사건은 예술가로서의 그를 각성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태어난 조각이 바로 '비폭력'이다.
총구가 꺾인 리볼버. 더 이상 발사할 수 없는 이 형상은 폭력의 무용성과 비폭력의 절박한 필요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무기로 향하던 손이 그 무기를 꺾어버리는 행위 자체가 메시지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던 도구를 다시 수협햇살론서류 는 쓸 수 없게 만든 이 상징은 말보다도 강하게 다가온다. 예술이 폭력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장면이다.

전 세계로 퍼진 상징: 구부러진 총의 여정










▲ 비폭력의 상징, 구부러진 총 스웨덴 유명 조각가 칼 프레드릭 로이터스바르드의 원작으로 지난 1988년 룩셈부르크정부가 뉴욕 유엔본부에 기증한 세계적인 조각 작품의 모습 .


ⓒ UN Photo 갤러리




로이터스바르드의 원작은 1988년, 룩셈부르크 정부가 뉴욕 유엔본부에 기증하며 세계적인 조각으로 자리 잡았다. 유엔 본부 앞에 설치된 이 작품은 매일같이 세계 각국의 외교관들과 방문객들에게 비폭력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후 '비폭력 프로젝트 재단(Non-Violence Project Foundation)'의 상징으로 사용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스웨덴, 스위스, 독일, 영국, 인도, 중국 베이징, 아프리카 여러 나라 등지에도 복제 조각이 설치되었다. 스웨덴에만 12점, 그 외 국가에도 최소 10점 이상이 존재한다. 일부는 소재나 크기, 설치 맥락이 다르지만, 상징의 본질은 그대로다. 총을 내려놓자. 폭력을 끝내자는 메시지이다.
상처 입은 예술이 다시 총을 녹여 만든 상징으로 되살아났다는 사실은, 예술이야말로 폭력에 맞서는 가장 깊은 언어일 수 있음을 일깨운다. 음악과 미술이라는 다른 장르가 하나의 메시지로 결합해 만들어낸 강력한 시너지. 그것은 총성에 맞선 예술의 반격이자, 예술이 포기하지 않은 희망의 서사이다.
프놈펜의 구부러진 총: '짝퉁'인가, 캄보디아의 절규인가
프놈펜의 구부러진 권총은 분명 원작이 아니다. 작가도 불분명하고, 제작 연도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가짜'라는 말과는 다르다. 진정한 예술은 원작의 재료나 명성보다, 그것이 놓인 자리와 맥락이 만들어내는 상징에서 가치를 얻는다.
캄보디아는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이어진 크메르 루즈 정권의 잔혹한 통치와 이후 30년 넘는 내전으로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낳은 뼈아픈 역사를 지닌 나라다. 이 조각이 세워진 장소 또한 상징적이다. 이 로터리는 크메르 루즈군이 프놈펜을 점령하던 주요 진입로였으며, 인근에는 마지막까지 남은 외교공관 중 하나인 프랑스 대사관이 위치한다. 영화 <킬링필드>에서 서방 기자들이 피신하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1999년, 캄보디아 정부는 내전 종식을 선언하고 크메르 루즈 잔당의 무기를 압수했다. 이 조형물은 그를 기념하여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압수 무기를 녹여 제작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 정신은 분명하다. 폭력과의 단절, 평화로 가는 새로운 여정 말이다.
총보다 무거운 설득을 담고 있는 이 조각은, 전쟁과 학살로 점철된 캄보디아 현대사의 한가운데서 침묵 속의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과거를 기억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상징으로 매일같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총 없이 상상할 수 있는 세상 – 그리고 우리의 응답
우리는 늘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그 꿈은 구호로만 외치기엔 너무 오랫동안 배신당해왔다. 21세기, 기술은 우주를 향하지만 인간의 이성은 여전히 총구 앞에 무력하다. 세계 곳곳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지역은 이러한 비극을 생생히 보여준다. 양국은 지난 닷새 동안의 무력 충돌 끝에 29일 자정부터 휴전에 돌입했지만, 휴전 준수 여부를 두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태국군 대변인은 캄보디아 측이 합의 이후에도 공격을 감행해 신뢰를 파괴했다고 비난하며 자위권에 따른 대응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캄보디아 국방부 대변인은 어떠한 무력 충돌도 없었다고 즉각 반박했다.
전쟁의 비극,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
짧았던 전쟁은 결코 가볍지 않은 대가를 남겼다. 최소 35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140여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26만 명이 넘는 이들이 피난길에 올랐다. 캄보디아 정부의 언론 통제로 인해 실제 캄보디아 측 사상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
태국 또한 민간인 피해가 크기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국경 인근 도시들은 포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불탄 건물들만 앙상하게 남아 있으며, 학교와 사찰, 병원까지 공격 대상이 되어 민간인 피해가 컸다. 가까이 떨어진 폭탄에 놀라 우는 초등학교 교사들과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SNS 영상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현지 뉴스는 피난민들의 모습이나 위문품을 전달하며 위로하는 정치인들의 모습만 보여줄 뿐, 참혹한 전쟁의 실상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프놈펜은 국경 지역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편이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페이스북에는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는 문구와 "태국이 우리를 먼저 공격했다"는 호소성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포성은 멎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엔 다음 전투가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집을 잃은 피난민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폐허를 치우고, 가족을 잃은 이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러한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정치인들의 모습은 대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휴전을 환영하면서도 자신의 중재 성과를 자화자찬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노벨 평화상 후보까지 거론하고 있다. 주변 국가들 역시 전쟁으로 고통받은 이들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나 실질적인 구호 지원 약속보다는 그저 평화협상 타결을 축하하는 정치적 외교 수사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프놈펜의 '구부러진 총'은 오늘도 묻는다.
"당신은 진짜로 총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었는가?"
존 레논이 노래한 주옥같은 명곡 'Imagine'을 마음에 새기며, 그날을 상상해본다. 총 없는 세상. 폭력이 무력해진 세상. 우리가 한 번도 온전히 살아보지 못한 그 세계.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상상해보자.
그 상상은 단순한 몽상이 아니다. 현실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어쩌면 당신은 내가 몽상가라고 말할지 모르죠
하지만 나 혼자만이 아니에요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될 거예요"
– John Lennon, Imag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