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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했는데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왼쪽) 미국 시카고대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 석좌교수가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에서 네이선 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와 경제 발전의 역사에 관해 대담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62개국에서 온 경제 전문가 2500여 명이 ‘경제학자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모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등 석학들과 각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18일부터 22일까지 고령화와 구조 개혁부터 스테이블코인, 한국 경제에 대한 분석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을 벌인다.
◇ 기업은행 마이너스통장 발급대상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성장 집착 덕분 한국 고속 성장”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 석좌교수는 19일 오후 네이선 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와의 대담에서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과 관련해 “운이 좋았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에 대한 집착 덕분”이었다고 분석했다.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하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이란 는 경제가 크게 발전하기 어렵다는 기존 경제학 이론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의 사례가 예외가 됐다는 것이다. 로빈슨 교수는 “훗날 민주화를 통해 제도적 포용성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초기 성장이 권위주의하에서도 이뤄진 점이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로빈슨 교수는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경제 발전과 정치·문화 제도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제도경제학’의 권위자이 북한 응원단 자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승만 정부가 1950년대에 단행한 농지개혁에 대해서도 “일본인 지주의 토지를 몰수하고 재분배해 엄청난 사회적 이동성과 기회를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사례를 들어 “가난한 농가 출신으로 거의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놀라운 사회적 상승을 이뤘다”며 “이 역시 포용적 제도가 있 저소득층서민대출 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로빈슨 교수는 “북한은 착취적인 정치·경제 제도의 전형인 반면, 남한은 비교적 포용적”이라며 제도의 차이가 남북한 격차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을 거듭 소개했다. 한국의 재벌과 아프리카의 사례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동아시아 문화는 조상 숭배, 가족 중시 등에서 아프리카와 유사한 점이 많다”며 “막스 베버는 일본 저금리 이런 전통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못한다고 봤지만, 결과적으로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재벌처럼 가족 기업 중심 체제가 오히려 잘 작동한 예도 있다”며 “기존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사례”라고 말했다.
◇“초고령 사회 진입, 금융 시스템 안정성도 위협”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실질금리를 낮추고 금융 안정성도 위협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한국은행과 서울대 연구팀은 이날 ‘초고령 사회의 거시경제 정책 과제’ 세션에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은 단순히 인구구조의 변화를 넘어, 실질금리의 장기적 추세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출산율 반등 정책과 연금·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1990년대 이후 실질금리가 0%대에 머물고 있는 데는 저출생과 고령화가 근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가계가 은퇴 후를 대비해 저축을 늘려왔고 자본 공급이 늘면서 금리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황설웅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실질금리는 소비·저축·투자 등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정부의 재정·통화정책, 부채 관리, 연금제도 운영 등에도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장훈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고령화가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결과 고령 인구 부양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0.6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부연구위원은 “고령화의 장기 압력은 은행의 리스크 포트폴리오와 비즈니스 모델을 점차 변화시키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출산율 반등 정책과 연금·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가 실질금리·성장률·금융안정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금융 시스템 불안 우려”
앞서 18일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가 이자를 지급할 경우 ‘코인런’이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준비자산을 안정적인 상품에 투자하더라도 업체 간 경쟁이 촉발되면 불안정성이 전염될 것이란 지적이다.
제바스티안 젤츠너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잘 설계됐더라도 이자를 지급할 경우 이용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이는 업자 간 이자율 경쟁으로 이어져 비효율적인 배분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금융 시스템 불안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냐키 알다소로 국제결제은행(BIS) 이코노미스트는 준비자산에 관한 투명한 정보공개가 스테이블코인의 ‘코인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다소로 이코노미스트는 “투명성이 높을수록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파산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회 기간 동안 지정학과 세계 경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다른 주제들도 주요 세션으로 다뤄진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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