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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남 신안군 태평염전. 사진=안혜원 기자 지난 21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그더위가 한풀 꺾인 오후 5시에 염전을 찾았지만 머리 위로는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쬔다. 가로세로 각각 15m가량의 염전 ‘결정지’에는 함수(鹹水), 즉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물이 발목 높이 정도로 담겨 있다. 태양빛이 이 바닷물에 반사돼 발 밑에서도 열기가 올라왔다.  그늘 한점 없는 염전에선 노동자들이 한창 ‘대파질’(밀대로 소금을 긁어모으는 일)을 하는 중이다. 익숙한 손놀림이 이어지자 새하얀 알갱이들은 덩어리가 됐다. 이제 막 '소금' 형태를 띤 천일염 결정이다. 이 소금 덩어리가 한데 모이자 수레에 소금탑이 솟아났다.  국내 센트롤시스템 최대 천일염 생산지 신안 태평염전은 크기를 한눈에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광활했다. 전체 면적 140만평(약 462만8000㎡)으로, 여의도 면적의 약 2배에 달한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피난민 구제와 소금 자급을 위해 만들어진 태평염전은 현재까지 7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다.  고정금리갈아타기 사진=안혜원 기자 2007년 국가등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연평균 생산량은 1만4000t 수준으로 천일염 시장의 6%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서해안에 위치한 이 염전에서 만들어지는 소금은 칼슘, 아파트담보대출 특판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 함유량이 풍부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명품이다. 이날 오후엔 채염 작업이 한창이었다. 염전 결정지에 모인 소금을 수레에 옮겨 싣는 작업이다. 전주까지 날씨가 오락가락해 오후 작업이 어려웠지만, 며칠 새 비가 그치면서 그나마 덜 더운 오후에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천일염은 비가 내리면 생산이 어렵다.  한국장학재단 전환대출 태평염전에선 날이 좋으면 하루 평균 20㎏짜리 소금 8000포~1만포를 생산한다. 소금 채취가 가능한 날은 1년에 100일 안팎에 불과하다. 흐린 날 없이 맑은 날이 최소 나흘은 이어져야 질 좋은 소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온은 낮 최고 32도. 생산 과정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폭염에도 채염 작업은 잠시도 쉴 수가 전문직대출 없다. 사진=안혜원 기자 염전 내 별도로 마련된 체험공간에서 대파 밀대를 잡고 소금을 긁어내 보니 두어차례 수준으로 얼마 밀지도 않았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온 몸에 땀이 흘렀다. 머리 위로는 햇빛이 내리쬐는 데다 소금은 간수를 흠뻑 머금어 2~3배는 무거워진 탓이다.  다만 점차 작업의 상당 부분이 기계로 대체되는 추세다. 이날 140만평이 넘는 대규모 염전에서 실제 일하는 사람은 10여명도 채 안 돼 보였다. 대파질도 최근엔 바퀴가 달린 전동 대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져 노동 강도가 줄었다. 천일염 생산과정에서 노동력이 가장 많이 필요한 작업으로 꼽히는 체염 작업도 자동화하는 시스템이 도입됐다. 전남도는 생산 자동화 등을 위해 올해 108억원을 들여 천일염 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美CBP, 수출 차단…재발 방지에 안간힘 염전 측과 지자체가 비용을 들여 소금 생산 자동화 작업에 힘을 쏟는 까닭에는 천일염 생산 현장에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염전 작업 현장이 열악한 근로 여건과 낮은 임금 등으로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어 천일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려면 기계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진=안혜원 기자 생산 자동화는 ‘염전 노예’ 사건 등 인권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신안군 천열염지원과에 따르면 2014년 염전 노예 사건 당시 염전 근로자는 45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4분의 1 수준인 110명으로 줄었다. 50년째 갯벌에서 소금(토판염)을 생산하는 박형기 씨(전 신안 천일염 생산자협의회 회장)도 “과거엔 40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6명이 한다”며 “인력을 구하기 어렵지만 작업 자체가 예전보다 기계화가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안 천일염은 잇따른 강제 노동 사건으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과거 지적장애인을 학대하고 착취한 염전 운영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처벌 조치가 내려지며 이슈는 다소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강제노동을 이유로 태평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에 대해 수입보류명령(WRO)를 내리면서 지역 일대가 다시 들썩이는 상황이다. 2022년부터 국내 인권 단체들이 미국 CBP에 염전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청원한 게 소금 수출 금지 조치의 발단이 됐다.  사진=안혜원 기자 사진=안혜원 기자 단 태평염전과 신안군 등은 “태평염전 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강제노동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또 “미국의 조치는 수년 전 발생한 사건을 문제 삼는 것으로 더이상 강제노동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소금 수출 금지로 인해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나머지 소금업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게 염전 측의 하소연이다. 태평염전은 약 463만㎡의 염전을 임차인(소금 장인) 24명과 계약을 맺고 소금을 위탁 생산한다. 태평염전은 염전 임대사업자인 셈이다.  박 전 천일염 생산자연합회 회장은 “잘못한 한 사람 때문에 염전 전체가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양정 태평염전 상무도 “강제 노동 문제를 일으킨 이는 임차인 중 한 명으로, 문제를 인지한 후 즉각 계약을 종료하고 염전에서 내보냈다”고 말했다. 현재는 재발 방지 조치를 이행 중이라는 것이다. 김 상무는 “임차인이 모든 책임을 지도록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했다"며 "인권 보호 조항을 계약서에 추가해 부당 행위가 적발되면 즉시 계약을 해지하며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태평염전은 수출을 재개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 측이 지정한 제3자 기관의 감사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점을 소명하겠다는 입장. 이에 따라 감사 기관을 선임했으며, 미 CPB 규정에 따라 감사기관의 현장 조사가 불시에 7∼10일가량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달엔 미 CBP에 이같은 내용의 인도보류명령 철회 청원서를 냈다. 태평염전이 미국시장에 소금을 수출하는 규모는연간 20만달러(약 2억7000만원) 수준이다. 전체 생산량에서 비중을 따지면 미미한 편이지만 미국 수출 제재 조치가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 중이다. 사진=안혜원 기자 정부도 해양수산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전남도가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 관계기관은 염전 고용실태를 합동 조사했다. 이달 초 주한미국대사관에서 현장을 방문해 근로자 계약서와 숙소 등을 조사하기도 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2021년 이후 대책을 마련해 대부분 문제가 개선됐는데 CBP 판단에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천일염이 노동 착취로 생산됐다’는 것은 과거의 일인 만큼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신안=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